이규현 도의원
지리한 장마가 시작되면서부터 수해가 발생했다. 많은 비가 내려 어쩔 수 없는 천재이기도 하지만 충분한 대비의 부족이라는 측면에서 피해 농민들은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분통을 삼키지 못하고 있다.
사실 금년에는 일찍부터 엘니뇨현상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해에 대비해 달라며 여러 기관에서 재난문자가 발송되어 주민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폭우로 또 다시 수해를 당하게 되니 2020년의 수해가 재발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담양군의 자체조사에 의하면 이번 수해로 인한 피해농가는 대략 120 농가(수도작 피해 농가 제외)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160여 ha 정도가 침수되어 2억 2천여 만원의 피해를 본 걸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 피해지역은 대전면, 수북면, 봉산면, 무정면, 창평면, 대덕면 등이다. 이른바 상습 침수지역에서 다시 수해가 재발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거의 매년 반복되다시피 한 수해인데도 왜 사전대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재발이 될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재난안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해에 대비해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 구축 등 제대로 된 통합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충분한 역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 지난 6월 29일 아침 7시 기준으로 담양에는 163mm의 강우량을 기록했는데 봉산면의 경우 274mm로 굉장히 많은 폭우가 내려 침수 피해가 매우 많았다. 그러나 사실 강우량도 많았지만 침수의 가장 커다란 원인은 영산강변에 위치한 배수문이 개방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고 피해농민들은 하소연을 하고 있다. 재난문자만 발송할 것이 아니라 각종 수리시설을 점검하고 사전에 개방할 곳은 개방했어야 함에도 시행되지 않았고 다급한 농민들이 요구를 하면 담양군과 농촌공사에서 떠넘기기식의 답변이거나 예산의 부족으로 수로원의 운용에 한계가 있다는 답만 나왔다고 한다.
차라리 마을 이장 등에게 한시적으로라도 수로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던지 아니면 관내 봉사단체와 협조하여 기동순찰을 돌면서 대비책을 세우든지 했어야 한다. 이도저도 안 되다 보니 새벽에 수문을 개방하려 나갔지만 작동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침수피해를 당하는 것을 눈 뜨고 봐야 할 농민의 피해와 애타는 마음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수십억 원을 들여 설치한 배수펌프장이 있지만 정작 제 때 제대로 가동이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소하천 및 배수로 등의 수초 제거 또는 준설 등으로 원활한 배수가 되어 펌프장이 실효성 있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예상되는 강우량에 어느 정도까지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데이터 등이 축적되어 이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작동 프로그램도 개선되어야 한다.
수해 예방과 관련하여 확보된 예산은 장마철 이전에 사업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했어야 한다. 대덕면 갈전의 대덕천의 경우 예산이 확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기를 놓쳐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2020년 수해로 인한 복구예산으로 1,800억이 담양군에 투입되어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완공이 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든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사전에 많은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되었기에 재난에 대비하여 관계부서와 일관된 지휘체계를 구축해 내고 또한 대비 매뉴얼을 제작하여 유관기관 및 주민들에게까지 전달이 되고 시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매뉴얼의 내용에는 복지기동대나 의용소방대, 이장단 등 지역 내 사회단체와의 협조체계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등도 포함되어 즉시 보고체계 및 대응방안 강구가 바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응급복구도 중요하지만 항구복구의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시급한 곳부터 연차적으로 정비계획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사실 침수되지 않을 곳이 침수된 곳도 여러 군데 있는데 설계의 잘못이거나 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일부분만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문제가 된 지역들이 대다수다. 소하천 등의 경우도 하천 폭의 확보가 충분하지 않고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보의 설치와 지나치게 좁거나 불필요한 교각으로 인해 물의 흐름을 방해하여 제방이 붕괴되는 지역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건만 언제까지 땜방으로만 수해를 극복할 것인가?
이번 기회에 반복되는 수해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의 수립과 실천이 이뤄지길 간절히 촉구한다. 제발 더 이상 수해가 인재가 되지 않도록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 바람직한 치산치수로 미래가 있고 행복한 우리 담양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