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신랑을 만나 이곳 담양에 온 것이 벌써 13년이나 되었습니다. 그 때 제 나이 23세. 낯설기만 한 나라에 남편 한 사람만 믿고 한국에 시집왔습니다. 처음엔 많이 어려웠지만 미용에 남달리 취미를 갖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고 항상 옆에서 힘낼 수 있도록 외조를 아끼지 않았던 남편의 믿음이 지금의 이 자리를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담양읍 백동리 청전아파트 인근 로터리 주변 건물 1층에 인터리어도 고급스럽게 단장하고 문을 연 미용실 하나가 눈에 띈다.
미용실 ‘헤어 체인지’는 문을 연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한다.
다른 미용실도 많은 데 유독 이곳을 꼭 집어 기자가 다녀온 이유는 따로 있다.
이곳의 대표는 다문화 가정의 이주여성으로서, 본인이 10여년 넘게 노력하고 습득한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 및 자격증을 바탕으로 담양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곳이기 때문이다.
‘헤어 체인지’는 결혼 이주여성 맹소연(중국이름 밍판앤) 대표의 13년 노력의 결실이 올곧이 담긴 미용실이다.
중국 하얼빈이 고향인 맹씨는 지난 2009년 신랑 김영길(53세, 다문화가족연합회 상임부회장 )씨를 결혼으로 만나 처음 담양과의 인연을 맺었다.
맹 대표는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갖고 내가 운영하는 미용실을 꿈꾸며, 담양의 모 미용실에서 처음 일을 배우게 되었다”면서 “문화는 말 할 것 없고, 손님들과의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아 너무나 힘들어 몇 번이고 포기할까도 생각 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녀는 “하지만 힘들수록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면 분명히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면서 “첫 아이가 어려 육아와 함께 정말 힘들었지만 더 노력했더니, 손님들과 원장님에게도 인정받았고, 남편의 도움과 조언이 계속해서 한길을 걷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맹 대표는 헤어 디자이너로서 더 탄탄한 기초를 닦기 위해 2016년 전남도립대 뷰티아트학과 2년 과정에 입학해 학업에 열중하면서도 지금의 14살 큰딸을 키우는 육아에도 소홀함 없는 워킹 맘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맹 대표는 뷰티아트학과 졸업 후 광주로 취업을 나가 직장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앞으로 미용실을 경영하는 원장으로서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 열심히 배웠다.
이후 광주 첨단지구에 미용실을 열고 2년여 운영을 해보기도 했다.
지난 7월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살고 출퇴근하기 편한 곳에 제 2의 창업을 했다.
남편 김영길씨는 “현재 14살과 6살 난 딸이 둘이나 있는 데, 처음 큰 딸을 키우면서도 본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헤어디자이너의 길을 가는 모습에 아내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노력했었다”면서 “13년여 저 하나만 믿고 이국땅에 시집온 아내가 이제라도 그 꿈을 펼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맹소연씨는 “한국은 아직도, 이주 여성들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담양은 주민들이 친절하고 인심도 좋아 우리 이주민 여성들에게 참 고마운 고장이고, 가정센터의 직원들이 모든 면에서 일일이 돌봐주고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처럼 한국에 시집온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을 보면 거의 학력수준이 높고, 아직 젊은 나이들이라서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만 한다면, 꿈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며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