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Paradox of Bumper Harvest)’은 풍년에 농부의 소득이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이다. 이는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농산물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풍년으로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은 하락하게 되고, 하락한 가격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경우 농부의 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풍년의 역설은 경제학 용어이지만 농촌의 슬픈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7% 증가한 388만 2천톤이 생산됐다고 발표했다. 우리 담양의 경우 전년 대비 재배면적이 5만 8천ha에서 5만 2천ha로 10.3% 감소되었음에도, 쌀 생산량은 3만 4천 4백톤에서 3만 5천 2백톤으로 3.4% 증가되었다.
쌀값은 11월 25일 기준 211,992원/80kg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하락하였고, 오는 12월 25일에는 206,688원/80kg으로 4.5%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6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이어오던 쌀 생산량이 5년만에 증가했으나, 생산량 증가로 인해 쌀값이 하락하면서 풍년의 역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1월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서 쌀 예상 생산량이 3% 이상을 초과하는 경우, 쌀 가격이 평년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시장격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통계청의 예상생산량이 수요량 예측 대비 3% 이상이기에 시장격리 요건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해부터 쌀 가격이 급등했고, 정부가 추가 수매에 나설 경우 가격이 고착화 돼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장격리를 고민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양곡관리법 위반이며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금년 쌀 생산량 증가에 따른 쌀값 하락을 우려하여 지난 11월 5일 보성에서 개최된 제264회 전남시군의장협의회 월례회의 시 쌀 수급 안정 및 소비 진작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발의하였고, 11월 9일 담양에서 개최된 제240차 전국시도대표회의 시 전남대표회장 자격으로 동 건의안을 제안설명하고 원안가결하여 청와대 및 국회, 정부에 공급과잉물량 조기 시장격리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아울러, 12월 1일 담양군의회 제306회 정례회 본회의에서도 쌀값하락 선제적 대응을 위한 공급과잉물량 조기 시장격리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여 농민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였다.
쌀 시장과 같이 시장 참가자가 많은 거대한 시장은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쌀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쌀값 정책은 평균적인 수급보다 예상하기 어려운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국가의 근간이자 생명산업인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농가의 안정적 소득 보전이 중요하다. 직불금은 농민들의 안정적 소득이 될 수 없으며, 안정적 쌀값을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부의 고민이 계속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쌀값은 안전장치 없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결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시기를 놓치면 그 피해는 농민들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 쌀은 단순히 농업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조치와 더불어 공급과잉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쌀 소비진작 정책도 병행하여 조속히 시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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