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담양군의회 의원
지난 해 연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32년 만에 지방자치의 한 축인 ‘단체자치’가 발전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조하셨던 터라 늦었지만 법률안 통과에 모두들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지방자치의 핵심인 주민자치 조항을 삭제함으로서 진정으로 주민자치를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논쟁거리를 주고 말았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주민자치회’ 설립 근거와 지원 의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조항을 삭제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지방의회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개정을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함으로써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도모한다”는 부분 등 단체자치의 진전이라는 측면만 부각시키고 정작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방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주민자치는 민주주의의 훈련장이며 진정으로 주권재민을 실현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욱 견고해지고 그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을 기득권 세력들은 싫어하여 지난 2013년부터 진행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본격 설립 근거를 만들 만큼 뚜렷한 모델이 없고 정치적 중립성 부재를 지적하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등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삭제되었다는 것은 촛불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주민자치회는 118개 시군구 626개 읍면동으로 확산되어 운영되고 있다.
담양군의 경우에도 2017년 1,476명의 주민발의에 의한 조례제정으로 주민자치회 활성화에 앞장서 오고 있다. 주요한 골자를 보면, 읍면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한 읍면 주민총회와 주민자치연합회의 제도화, 마을자치회 도입, 갈등조정위원회 신설로 주민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주민자치 학교 운영 등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을자치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주민세를 활용한 주민총회를 조직화 하는 등 모범적인 활동을 보이면서 전국에 농촌형 주민자치의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처럼 왕성한 자치활동에 제동을 거는 지방자치법의 주민자치 조항 삭제는 철회되어져야만 한다. 다행히 최근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의 대표발의로 ‘주민자치 기본법 제정안’과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국회에 제출됐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법과 주민자치 기본법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진정한 주민자치의 물결이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아름다운 마을공동체가 꾸며질 수 있도록 온 세상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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