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동절기 갈색 대나무 잎, 고사된 게 아니다
(특별기고) 동절기 갈색 대나무 잎, 고사된 게 아니다
  • 담양군민신문
  • 승인 2021.02.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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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준 담양군 산림정원과장

요즘 담양 관문인 광주-담양간 국도변에 심어진 대나무나 마을 뒤편의 대나무밭의 잎이 시들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혹시 대나무 일부가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문의가 있지만, 고사된 것처럼 보이는 대나무는 올 겨울 지속된 한파로 인하여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있을 뿐, 봄이 되면 잎이 새로 돋아나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대나무의 저온피해를 예방해 항상 푸른 대나무를 유지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일반적으로 저온으로 인한 피해를 한해(寒害)라고 하는데, 넓은 의미의 한해는 한상(寒傷)과 동해(凍害)로 구분한다.
한상은 식물체내에서는 결빙이 일어나지 않으나 0℃ 가까운 저온에서 생장기능의 장애가 발생, 식물체의 일부가 피해를 받거나 심하면 고사되는 현상이다.
또한 동해는 0℃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식물조직의 세포가 결빙돼 세포를 파괴시키거나 원형질 분리현상이 일어나 고사되는 현상을 말한다.
동절기에 대나무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한낮의 햇볕으로 기온이 상승하다가 해가 진 후 기온이 영하로 급격히 떨어지는 큰 일교차로 인해 동해 피해를 입은 것이다.
대나무의 이상적인 생육조건은 평균기온이 10℃ 이상이어야 하고,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동절기는 예년과는 달리 상당기간 영하의 날씨가 며칠간씩 지속되는 바람에 대나무가 유난히 심하게 시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나무 잎이 시들고 갈색으로 변했다고 해서 줄기나 가지가 고사된 것은 아니다.
단지 미관상 좋지 않을 뿐이며, 날씨가 따뜻해지는 5월에 이르면 잎과 새순이 돋아나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저습지와 통풍이 불리한 장소, 북쪽바람을 막을 수 없는 위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잘 자라다가도 한파가 며칠간 지속되면 그동안 애써 가꾸어 온 수목의 수형이 손상되거나 고사까지 이르게 되기 십상이다.
이렇듯 대나무의 한해는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광합성 작용이 저조해 활력이 떨어진 대나무의 생육조건 강화를 위해 비료를 용액의 상태로 잎에 뿌려주는 엽면시비 등으로 대나무 고을 담양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국내 유일의 대나무 가로수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적지적수(適地適樹)라는 말이 있다.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는다는 뜻으로, 그 토양과 기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수목을 심어야 올바른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일부 주민들은 지구 온난화와 수목이 보기에 좋다는 미명하에 아열대나 난대에서 자라고 있는 상록수종을 선호하여 식재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담양은 온대 남부지역으로 연평균 기온이 12℃를 유지하고 있고, 강수량도 1,000mm 이상으로 대나무가 자라기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열대 수종이나 난대수종 식재보다는 우리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를 좀 더 잘 가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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