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구당에서 글 읽는 소리

2024-07-09     담양군민신문

 

 

류기중 학구당 도유지

 

학구당(學求堂)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여 년 전에 옛 창평현의 18개 토성(土姓)을 중심으로 세운 학당이다. 도회지와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꾀꼬리 날고 매미 우는소리가 산속의 정적을 깨우는 곳이니, 심산(深山)의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학구당의 본체 중앙에는 널따란 강당과 양옆으로 동실과 서실이 있다. 문간 체에는 강학하는 넓은 대청마루가 있는 누각이 있다. 공부하기에 매우 알맞은 서실과 환경이 조화롭게 배치되어있는 학구당이다. 당시의 학당은 사랑방 형태의 서당과 큰 규모의 서원들이 대다수였는데 비해 명실공히 전문 글공부하는 사학 당을 지역민의 성금으로 지어진 곳은 전국적으로 유일하다는 평이다. 유학자들이 꼭 다녀가고 싶어 하는 거창 수승대에 있는 임훈 선생이 세운 갈천 서당은 소실되었다. 다시 중수하였는데 연대를 살펴보면 학구당이 200년 넘는 앞선 역사를 지녔다. 우리 학구당은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토성들이 세운 학당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학구당(學求堂)은 학문을 구한다는 뜻이 담긴 이름으로 창평 현감을 지냈던 분이나 지역의 저명한 학자들이 줄지어 지은 현판이 강당 벽에 즐비하게 걸려있다.

조선 중기시대에 송강(鄭澈)과 서애(柳成龍)를 비롯한 당대의 내노라하는 문장가 몇 분이 소연회를 열면서 소리()로 운()을 정하고 시() 짓기 연회를 벌렸다. 참석한 명사 중, 대문신이며 문장가인 월사 이정귀(月沙 李廷龜) 선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학당에서 학동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의 작시를 으뜸이라 호선(互選) 하였다. 이곳 학구당에서도 올해 네 번째로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경서(經書)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강좌를 개설(6.24.부터 15)하였으니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新民 在止於至善) 글 읽는 소리가 산속을 벗어나 길가는 이의 걸음을 멈추게 할 것이다. 시원한 산바람에 산새 소리와 서생(書生)의 글 읽는 소리가 화음을 이루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시원해진다. 항상 글 읽는 소리를 이어지게 하는 일이 도유사를 맡고 있는 저의 오랜 소망이다. 여러 가지 부족하고 불비한 여건이 아쉽기 그지없다. 그래도 행정당국의 관심으로 이런 강좌를 개설토록 뒷받침 하여 주었으니, 천만다행이란 소회를 갖는다.

우리는 급진적 산업 고도화 시대에 살고 있다. 첨단 산업 등의 경이적인 발달에 힘입어 우리의 잘사는 모습 앞에 전 세계인들은 모두 놀라고 있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지구촌에 새삼 알리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 그에 힘입어 정말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 전쟁을 겪었던 노병들이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는 천지개벽하는 일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크게 놀라와 한단다. 그러나 밝은 해가 다 하면 어두운 밤이 오는 엄연한 이치가 있음을 우리는 망각하고 소홀히 하였다. 열심히 일하여 부자가 되었던 물질 만능의 이면에는 도덕성의 황폐라는 장벽이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가 되었으니, 바로 도덕성 회복이다. 인륜 질서가 무너진 세상은 암흑(暗黑)의 세상이다. 경로효친을 모르는 세상은 야만(野蠻)의 세상이다. 선진국의 정의는 질서가 바로 서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강한 소신이 있다. 그냥 그렇게 배불리 먹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금수와 다를 바 없는 천민(賤民)의 세상이다. 살진 돼지 목에 몇 줄의 진주 목걸이를 걸고 날뛰는 돼지라 비유되는 것이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연구소 연구원 70%가 공학도가 아닌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란 말을 듣고 놀랐다.

서양의 저명한 인류학자는 전쟁 무기와 경제가 인류를 지배하는 시대는 이미지 나고, 이제 문화와 도덕이 인류의 길잡이가 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 예언했다. 이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인성 회복으로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지구촌의 공통된 염원일 것이다.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이 시대에 조그마한 등불이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우리 학구당에 강좌를

개설한 취지가 된다. 우리 학구당의 고즈넉한 숲속의 분위기 속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광주호 인근의 학당에 학문을 구하러 오시는 남녀 선생님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