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힘내세요, 내가 있잖아요.”

다문화 이주여성의 한국에서 겪은 생활수기 대상作

2018-10-22     담양군민신문

저는 베트남 출신인 팜티쏘안이에요. 6년 전에 아는 사람 소개로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어요. 
 

지금은 시어머님하고 여섯 살 딸하고 셋이 살아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족끼리 인사하는 파티 있었는데, 처음 만났는데도 친한 느낌이 있었어요.
어머니도 웃으시면서 “아가야 이거 먹어, 맛있지?”하고 따뜻하게 해 주시고 시동생들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형수, 형수’ 하면서 너무 좋게 말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제 마음 스스로 약속했어요. 만약에 살기가 힘들어도 “괜찮아, 내가 잘 견디고 잘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마을에 있는 버섯농장에서 일을 했는데 마을 사람들도 저한테 잘해 주셨어요.
 

남편은 착한 사람이에요. 키도 크고 잘 생겼어요, 내가 임신하자 남편은 진짜 좋아했어요. 딸을 낳았는데 그 순간 정말 행복했어요. 아기를 키우면서 남편하고 좋은 추억이 많았어요. 아기하고 아빠하고 엄마하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 거라 생각했어요.
 

남편은 딸기하고 메론 농사를 했는데 술을 많이 마셨어요. 그것이 병이 되어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저 세상으로 가버렸어요.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앞이 캄캄했어요.
불쌍한 우리 어머니하고 딸하고 여자 셋이 살아야하는데, 무섭고 당황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매일 울었어요.


내가 울면 어머니가 더 속상해 하실까봐 방에 있을 때만 혼자 울었어요.
하루는 우리 딸이 휴지를 갖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아빠 보고 싶어? 괜찮아, 내가 있잖아.” 하면서 내 등을 토닥토닥 해줬어요.
그 말을 듣고 정신 차렸어요. 그때 내가 생각했어요.


“그래, 우리 딸 내가 책임지고 잘 키우고 잘 지켜줘야지. 그래야 남편도 저 세상에서 마음 편하게 안 아프고 있지.”
다행히 한국은 나처럼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좋은 국가예요.


남편이 살아있을 때도 다문화센터에서 집으로 찾아와 병원에 갈 수 있게 상담도 해주고 지금은 제가 다문화센터에서 일하고 있어요.


혼자 있으면 맨날 남편 생각하면서 울고 있을 건데, 센터 선생님들이 가족처럼 위로해주고 센터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친구들도 만나니까 좀 괜찮아졌어요.


처음에는 친구들이 남편 이야기하면 듣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남편한테 화 내지 말고 있을 때 잘해.” 이렇게 말해줘요.


저는 지금 걱정이 있어요. 우리 딸은 한국 사람인데 저는 국적이 베트남이에요.


남편도 없고 시험도 어려워서 어떻게 국적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하지만 우리 딸한테 엄마도 되고 아빠도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몇 년이 걸려도 항상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감사합니다.